Log29 PLUTO 고즈넉한 방 안에는 빠르게 울리는 정갈한 키보드 타자음과 바람이 좁은 틈을 비집고 흘러나오듯 뱉어지는 일정한 숨소리만이 울렸다. 따사로운 빛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울고 색이 변함에 따라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소리가 하나 멎었다. 탁, 마침표를 찍어내리고 화면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이 들린다. 굳은 몸이 펴지고 고개의 움직임에 따라 아래로 쏠려있던 검은 머리카락이 제자리로 향한다. 마른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여전히 빛이 들지 않는 눈이 긴 소파 위를 차지하고 누운 초록색 인영을 본다. 피유욱. 익숙한 숨소리를 듣는다. 시선은 가슴팍이 일정하게 오르락거리며 소리를 내는 유일한 대상에게서 떨어지지 않은 채 화면을 닫았다. 그대로 의자에 등을 기대지도 그렇다고 일어서지도 않은 채 언제나처럼 머물렀다. 정확한.. 2020. 4. 24. 죽음에 대하여 Zhang Yixian 손은 이미 검게 다 타버린 지 오래였다. 아직 이것이 인간의 몸임을 알려주듯 삐걱거리면서도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의지인가. 급하게 오가는 말과 이곳저곳에서 울리는 발소리, 무언가 터지고 베고 꽂히고. 그 모든 것이 뿌옇게 번져 시야를 희게 장식한 것을 향해있다. 움직일 때마다 버석거리는 소리가 난다. 타버린 것에서 재가 흩날리듯. 평이한 어조로 죽음을 담는다. 울컥, 속에서 타버린 것이 붉은 피를 뱉는다. 비린내가 진동한다. 숨이 거칠어졌던가. 가늘고 짧게 색색거리듯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시야는 사라지고, 감각은 희미해진다. 그런 와중 청각만큼은 더 예리하게 닦였으니, 주고받는 가벼운 투의 대화를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농처럼 건넨다. 검은손을 펼친다. 타.. 2020. 4. 24. 이전 1 2 3 4 다음